게이오대학 신입생 환영행사의 하나로 노(能)의 공연이 있다고 이또상에게 연락이 왔다.
게이오대학은 그분이 강의를 하고 있는 곳이다.
5시에 日吉 역에서 만나기로 하였기때문에 4시에 집을 나섰다.
다마천이 흐르는 것을 보고 황급히 전철안에서 촬영한 것이다.
관동대지진때 일본사람들이 조선인을 학살하여 그 피와 시체로 뒤덮혔던 아픔의 강인 것이다.
다마천은 과거를 잊고 맑고 푸르게 흐르고 있다.
자연은 과거를 묻어버리지만 사람은 그렇게하면 안된다고 생각된다.
정리되지않은 과거란 미래의 치욕이기 때문이다.
관동대지진에 대한 것은 어느 것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게이오 대학 정문을 들어서자 은행나무로 빽빽한 가로수가 보인다.
연대의 백양로가 생각난다.
이정도 굵기로 나무가 자라려면 7-80년 이상은 족히 흘러야 하리라.
학생들의 밝은 웃음이 초록빛 은행잎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젊은은 언제나 좋은 것이여!!!!
교수님들의 연구동이자 오늘의 공연장소이다.
유리를 주로 사용하여 현대적인 감각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5시 조금넘었을 뿐인데 사람이 벌써 많이 와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무대인데 뒷편에 통유리로 되어있는 벽이 보인다.
아름다웠다.
자리를 잡아놓고 시간이 아까워서 교정을 찍었다.
뒷쪽으로 가면 게이오 고등학교가 나온다.
옆에는 운동부 학생들이 훈련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이 같은 캠퍼스에 있다고 하니 나의 중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홍익대학 캠퍼스안에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가 전부 모여 있었다.
아름다운 캠퍼스에서의 사춘기가 새삼 그립다.
게이오 고등학교 건물이다.
연구동 뒷편이다.
앞문을 통해서 나왔는데 이제 뒷문을 통해서 들어가려고 한다.
연구동의 내부를 찍었다.
햇빛과 사방의 자연을 골고루 즐길 수 있도록 연구실이 삥 둘러 있었다.
부럽다~~~~
노(能)포스터이다.
오늘 能樂師는 중요무형문화재총합지정보유자라고 한다.
노가쿠(能樂)라고도 하는 노(能)는 일본 전통 가면무극(假面舞劇)의 한 장르로서 가마쿠라 시대에 성립되어 오랫동안 전승되어 왔다.
원래 노는 전용 극장인 노가쿠도(能樂堂)에서 노가쿠시(能樂師)라는 전문 배우들에 의해서 공연된다.
노가쿠시는 기본적으로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데, 느린 음악에 맞추어 유현(幽玄)하게 연기한다는 데 노의 특징이 있다.
노를 감상하는 사람은 노의 스토리의 진행에 흥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노 무대에서 펼쳐지는 노의 양식미를 천천히 음미해야 한다.
노의 주제는 인간의 희노애락은 물론, 주인공이 시공을 초월하여 인간 세계와 신이나 영혼의 세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고뇌와 이상을 유장한 노래와 춤과 동작으로 전개한다.
주제가 아닌 스토리를 따라가려한다면 지루해서 견디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공연 중에 보니 조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도 하였다.
거의 정지화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말도 옛말을 쓰기때문에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대사를 알아들을 수도 없다.
내 앞에 앉아계셨던 노교수님께서 대사책을 보고계셔서 가끔씩 컨닝을 하면서 볼 수 있었으니 나는 그나마 행운인 셈이다.
원초적인 노는 나무도 심어져 있고 하늘도 그대로 보이는 야외에서 하는 가무극이지만 오늘은 학교의 행사였으므로 통유리로 되어 있는 실내에서 노의 연기가 이루어 졌다.
하지만 정식으로 공연하는 노의 무대에는 이전 야외극이었던 흔적으로 무대 정면에는 커다랗게 소나무 한 그루를 그려 놓고, 왼쪽에는 작은 소나무 세 그루를 심어 놓는 전통이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관객들에게 보이는 무대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중앙 부분인 혼부타이(本舞臺), 연주를 담당하는 악사들의 자리인 아토자(後座), 코러스를 담당하는 악사들의 자리인 지우타이자(地謠座), 준비실에서 무대로 등장할 때 통과하는 길다란 통로이자 무대의 일부인 하시가카리(橋掛り)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가 시작되기에 앞서 악사와 코러스가 나와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4명의 악사를 하야시가타 라고 하는데 이들이 담당하는 악기는 각각 피리, 오른쪽 어깨에 올려놓고 왼손으로 치는 작은북인 한국 장고의 축소형으로 생긴 고쓰즈미(小鼓), 왼쪽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오른 손으로 치며 고쓰즈미보다 조금 큰북인 오쓰지미(大鼓), 바닥에 버텨놓고 치는 북인 다이코(太鼓) 등이다.
특히 큰 북을 치는 할아버지는 표정도 그렇고 손놀림도 아주 위엄있어 보였다.
코러스라고도 할 수 있는 지우타이(地謠)는 6명 정도가 나와 무대의 오른 쪽에 나란히 않아 노의 진행 과정이나 주제의 설명, 정경 묘사, 시간의 경과나 후일담을 노래로 들려준다.
이외에도 무대에는 교겐(狂言)이라는 역할이 등장한다.
교겐은 특별한 배역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 인물의 뒤치다꺼리를 맡는다.
주인공의 옷을 갈아 입힌다든지, 소도구를 가져다 놓거나 치우는 일을 한다.
노(能)는 거의 혼자 하는 극이고 예기로 풀어 나가는 (독백) 극인데 주인공은 시테(仕手)이고 조연은 와키(脇)이다.
오늘 공연한 노(能)의 제목은 [스미다가와(隅田川)]이었고, 1명의 시테와 3명의 와키가 등장하였다.
모두 4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제 1막
스미다가와(隅田川)에 東國의 商人이 나타났다.
狂女(모친, 시테)가 나타나 미친 마음을 상징하는 춤을 춘다.
그녀는 예전에 상인에게 아이를 빼앗긴 적이 있었다.
제 2막
스미다가와에 도착한 어머니는 배에 타려고 하자 뱃사공이 「狂의 舞」를 추어야 태워주겠다고 한다.
모친은 춤은 추지 않고 대신 「伊勢物語」에 나오는 ‘나리히라의 노래’를 부른다.
뱃사공이 감동하여 배에 태워준다.
배에 시테(모친)와 와키(상인, 뱃사공)3명이 타게 된 것이다.
제 3막
배를 타고 가던 중 사람을 파는 상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작년에 어린아이 하나가 병이 들어 스미다가와의 언덕에 버려두고 갔는데 죽어버려서 사람들이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는 말을 전해준다.
오늘이 바로 그 아이가 죽은 날이어서 사람들이 그 무덤 앞에 모여 애도하는 날이라고 말한다.
제 4막
이야기를 하던 중 배가 언덕에 도착했지만 모친은 배에서 내리지 않고 뱃사공에게 말하기를 자신의 아이가 분명하다고 하며 절망한다.
뱃사공은 무덤으로 안내한다.
밤이 깊었는데 모친은 아이를 위하여 염불을 열심히 외운다.
그때 아이의 음성이 들리더니 아이가 나타난다(와키인 아이등장)
모친이 아이를 안으려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의 이름은 우메와 카마루(梅若丸)인데 날이 밝자 사라져 버린다.
(*
공연중에 촬영을 금지하는 바람에 팜플렛에 있는 사진을 다시 찍어서 편집한 것이다.)
4막의 줄거리를 생각하며 시테의 연기와 노래를 듣고 있으면 별로 지루한 줄 모르겠다.
3명의 와키의 노래실력도 대단해 보였다.
자식을 잃어버린 어미의 슬픔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생각되었다.
어린아이 역을 맡은 와키는 진짜 어린아이로 보였는데 무대 가운데 설치되어 있던 무덤 속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힘들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1시간 30분가량을 조그마한 공간에서 숨을 죽이고 기다렸을 터이니 말이다.
일본에 오면 반드시 가부키와 노를 보고 가겠노라고 생각했었는데 소원을 모두 이룬 것 같다.
가부키는 무용만 잠시 본 것이어서 정식 무대는 아니었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행여 진짜 가부키 무대를 볼 수 있는 행운이 올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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